만성신부전 식단 점검 사례 공개 - 피해야 할 반찬

반찬 사진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식단 관리는 단순히 짜지 않게 먹는 것 이상의 섬세한 조절이 요구됩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마주한 환자들의 식단을 살펴보면, 겉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여도 나트륨, 단백질, 칼륨 등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집에서 신경 써서 먹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조차, 실제 반찬 구성에서 식재료 선택이나 조리 방식의 실수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단을 지키는 듯 하지만 못 지키는 환자들에게는 공통된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상영양사로서 직접 점검한 실제 식단 사례를 바탕으로, 자주 발생하는 반찬 선택의 실수와 그 대처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1. 짜게 먹는 건 아닌데, 하루 나트륨 총량은 초과되는 반찬들

“싱겁게 먹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의 식단을 점검해보면 의외로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국물 없이 조리한 반찬 위주라고 해도, 깍두기, 간장조림, 무침류처럼 젓갈류나 간장이 많이 들어간 반찬이 여럿 등장할 때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멸치볶음은 한 번에 먹는 양은 적지만, 국간장과 설탕이 함께 들어가므로 소량이라도 매 끼니 반복되면 누적된 나트륨 섭취가 증가합니다. 실제로 상담했던 60대 여성 환자의 식사일지에는, 멸치볶음, 어묵볶음, 간장깻잎지가 적혀져있었습니다. 싱겁게 조리했다고 하시고, 섭취량도 깻잎 2장 정도로 '소량’이었지만 하루 총 나트륨 섭취량은 3,000mg을 넘겼습니다. 반찬 하나하나의 염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 단위로 전체 염분을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 단백질 줄인다는 생각에 닭가슴살과 두부를 매끼 넣은 식단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단백질 제한’이라는 원칙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의식해 특정 식품만 반복적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건강식으로 알려진 닭가슴살과 두부를 매끼 포함시키는 식단이 대표적입니다.

실제 70대 한 환자는 “고기를 많이 먹으면 안된다고 하고, 고기 대신 닭가슴살이 좋다길래…”라며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닭가슴살을 50g씩 포함한 식단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추가로 두부 반모도 같이 더해져 있었습니다. 이 경우 몸무게 60kg이였던 환자의 권장되는 단백질양 36g~48g 보다도 초과 되어 있었습니다. 신기능 저하 환자에게 권장되는 단백질량은 0.6~0.8g/kg입니다.

단백질이 많이 들어간 식품을 ‘건강식’으로 오인해 장기간 반복 섭취할 경우, 혈중 요소질소(BUN) 수치가 상승하고 투석 전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병원 식단은 된장국도 주니깐 집에서도 먹어야지

실제 병원 식단을 보면 된장국, 김치 등 제한 식품이 소량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를 본 가족이나 환자들은 “병원에서도 주는데 왜 집에서는 안 돼요?”라고 묻곤 합니다.

중요한 차이는 ‘조리 방법’과 ‘양’입니다.

병원에서는 된장국도 150ml 기준, 된장량을 5g 이하로 조절합니다. 국의 염도는 염도계로 측정하여 일반적으로 0.2~0.3% 정도로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여 제공됩니다. 또한 환자의 혈액검사나 몸무게의 변화 등의 결과를 보고 국물 양도 조절해서 제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된장 사용량이 많고, 무심코 국물까지 다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상담 중,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였는데 된장만 2큰술(약 30g)을 사용해 두세 사람이 먹어야 할 식단이 구성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병원 식단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조리 과정의 차이와 정확한 양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아들이 챙겨준 ‘건강 반찬’이 고인 · 고칼륨 식품의 집합체

가족이 준비해 준 반찬세트가 오히려 환자의 식단에 악영향을 준 사례도 많습니다. 한 환자는 입원 후 "아들이 건강식이라고 사줬어요”라고 하며 집에서 가져온 반찬세트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구성을 보니 지켜야 할 식사요법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도라지무침, 브로콜리나물, 우엉조림, 취나물 등 건강식처럼 보이는 반찬이 많았지만, 이들은 모두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를 사용했으며, 조리 과정에서 간장과 된장이 함께 쓰여 나트륨과 인 함량도 높았습니다.

특히 조림류는 보통 진한 맛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국물 섭취까지 이어질 경우 칼륨, 인 섭취가 더욱 증가합니다. 또한 칼륨이 많은 식재료의 경우, 물에 녹는 칼륨의 특성을 활용하여 데치고, 물에 헹궈서 사용하는 조리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건강식이라는 외형에 속지 말고,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적합한 식품과 조리법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결론

만성신부전 환자에게는 단순한 저염 식단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나트륨, 칼륨, 인, 단백질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식사 계획이 필요합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건강하게 먹고 있다’는 자부심이 오히려 관리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환자 본인과 보호자 모두 식단 구성 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인식하고, 혼자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식사를 계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 이전